(R) 하동 산골 분교의 꼬마 시인들을 아십니까
(남) 전교생이 시인인 하동의 한 산골 학교가 있습니다. 16명의 꼬마시인들이 올해로 벌써 4번째 시집 출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 시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도은 기자입니다.
【 기자 】
깊은 산 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서
시를 읽는 낭랑한 목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엄마가 위로해 주지만
커다란 돌을 들어올리는 것처럼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동생과의 싸움은 몇 분이지만
몇 시간이 지난 듯 길기만 하다.
싸운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커다란 돌을 짊어진 듯
무겁다고 표현한 시입니다.
뾰족뾰족 가는 나뭇잎.
소나무는 의사 놀이를 좋아 하나봐.
가는 나뭇잎은 주사.
나비가 오면 주사를 놓나봐.
그래서 나비가 날아가나봐.
따끔한 주사가 무서웠던 아이는
소나무에 앉지 못하는 나비도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시를 낭독한 아이들은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의 학생들.
전교생이 모두 합쳐 16명인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은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전국학생백일장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 인터뷰 : 김명란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교사
- "사실 우리 아이들이 시골 벽지 학교에 있다 보니까 문화적으로 굉장히 소외가 됐어요.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어떻게"
▶ 인터뷰 : 김명란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교사
- "하면 문화적으로 혜택을 교육적으로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15년에 이 학교에 재직하셨던 선생님들 중에"
▶ 인터뷰 : 김명란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교사
- "두분이 시인이셨어요. 그분들이 주축이 돼가지고 시 쓰기 활동을 한번 해보자..."
처음 시작은
선생님들이 주도해
문화 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연필을 잡아 글을 써 내려 갑니다.
다 쓴 시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14:20:04:21)
친구의 작품을 감상도 합니다. (14:21:34:07)
쉬는 시간에도 서로의 작품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일상 풍경입니다. (14:29:34:01, 14:29:54:13)
▶ 인터뷰 : 김세윤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4학년
- "왜 시를 계속 어른이 돼도 쓰고 싶냐면 제가 1학년 때는 시를 잘 못썼어요. 그런데 계속 계속 쓰니까 이제 시를 "
▶ 인터뷰 : 김세윤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4학년
- "잘 쓰게 돼서 어른 때도 계속 계속 쓰면 잘 될 것 같아서요. 시가..."
▶ 인터뷰 : 정다은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3학년
- "제가 2학년 때부터 시를 지금까지 써 왔어요. 그런데 2학년 때는 시를 4개 밖에 못 썼어요. "
▶ 인터뷰 : 정다은 /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3학년
- "근데 지금은 5개, 6개 정도 써서 뿌듯해요. "
이번 해, 겨울
4번째 시집을 발표하는 아이들은
대표작을 전교생이 함께 낭독하는 무대도
준비 중입니다.
"나무의 날개는 나뭇잎이고
신발의 날개는 신발끈이고
우리들의 날개는 학교다."
시를 활용한 한 시골 분교의 교육법은
지역 문인들에게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진효정 / 이병주 문학관 사무국장
- "(문학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담임 선생님, 문예담당 선생님 그리고 그 모든 걸 다"
▶ 인터뷰 : 진효정 / 이병주 문학관 사무국장
- "아우를 수 있는, 뒷받침 해주는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참 크더라 하는 것을 저희가 알 수 있어요."
일상의 풍경을 눈이 아니라
스마트 폰에 담는 요즘.
저마다의 생각을 시로 담아낸
꼬마 시인들의 합창이
시골 분교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SCS 이도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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