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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뒤늦게 배운 한글로 쓴 '인생' 그리고 '시'

2020-07-01

김나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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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제강점기 속 가난을 겪으며 한글을 배울 기회를 놓친 사람들. 하동군의 한 마을에서 평균 나이 80세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워 시집을 출간한다고 합니다.
(여) 시에 꾹꾹 눌러담은 어르신들의 사연을 직접 들었습니다. 김나임 기자입니다.

【 기자 】

(CG) 내 인생 시작은 - 박권옥
열둘 시댁 식구를 안고 살았다
구름 속에 달빛같이 흐렸다
흙과 땅을 다 섞어 강이 된 내 인생
그 강에 아들딸이 태어나고 자랐다... (중략) //

서리가 내리던 날,
할머니는 19살 꽃다운 나이에
9남매 장남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남편의 동생들과 부모님,
자녀들까지
모두 15명의 가족을 품고 살아온
젊은 나날들은 어느새
강이 되어 흘러갔습니다.

▶ 인터뷰 : 박권옥 / '가로내띠기의 행복' 시인
- "19살 때 시집오니까 식구가 12명이야. 식구들 빨래를 여기 고랑에서 했는데 얼마나 추운지 손이 얼어서..."
▶ 인터뷰 : 박권옥 / ‘가로내띠기의 행복’ 시인
- "너무 어려서 와놓으니까 그 생각만 하면, 그때 얘기하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니까... "

일제강점기
전쟁과 가난 속에서
한글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하동군 상남마을과 횡보마을
어르신 38명은
여든 즈음이 돼서야 한글을 익혔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들을
시로 써냈습니다.

지난달까지 3년간 실시된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의
‘인문학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 인터뷰 : 안영숙 / 경상대학교 기획전문연구원
- "시를 직접 3년 동안 써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그 결과가 이번 시집으로... 젊은 시절 배우지 못했던 것, 젊은 시절"
▶ 인터뷰 : 안영숙 / 경상대학교 기획전문연구원
-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들어주고, 내가 쓸 수 있다는 그 기분 하나만으로도 소원 다 풀었다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

한글을 배우니
돌아가신 부모님,
그리고 먼저 떠난 남편과 자식들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 인터뷰 : 조필순 / ‘가로내띠기의 행복’ 시인
- "옛날에 보리밥먹고 너무 못살 때 그 때... 일제강점기 때에요. 큰오빠 언니 만주로 도망가고 없고... 못 먹이고 못 입히고,"
▶ 인터뷰 : 조필순 / ‘가로내띠기의 행복’ 시인
- "송구밥 먹이고 맨발 벗고 다니고... 신발도 없었어 맨발로 다녔어요. 6살 때 해방됐어요. 그 엄마가 얼마나 그리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늘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했던 어머니였습니다.

슬픔조차 모를 어린 나이에
영영 헤어져야했던 어머니에게
이제야 편지 한통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CG) 보고 싶은 우리 엄마 - 서복순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너무 어려
"엄마” 불러보지 모단 긋이
너무 한이 됩니다.
"엄마 죽지 마” 할 것을
말 한마디 못해서 후해됩니다
나는 엄마 없이 자라
지금은 이럿케 널겄답니다
그러나 마음은 청춘이랍니다.
엄마 딸 복순이가 //

깊은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은 시 101편.

80세 시인들의 인생 이야기는
‘가로내띠기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시집에 담겨져
이번주 토요일 출간됩니다.

SCS 김나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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