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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R) "돌에 세상을 담아 그려요" 슬기로운 집콕 문화생활 어르신

2021-04-05

차지훈 기자(zhoons@s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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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이른바 '집콕'을 하며 개인 취미 활동에 매진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난 2008년에 서울에서 고향인 함양으로 귀촌한 한 어르신도 마찬가진데요.
(여) 이 어르신은 주변 하천이나 산, 농촌 길에 널린 돌을 화폭 삼아 그림을 그려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함양군에서 직접 취재하고 영상도 담았다고 하는데요. 이동준 시민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함양의 평화로운 한 농촌마을.
따스한 봄 기운에 집을 나서는 어르신.
맑은 개울도 살펴보며
자연 속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빠져봅니다.
계곡에 이르자
돌 하나를 이리저리 만져 보고, 쓰다듬습니다.

▶ 인터뷰 : 정소혜 / 함양군 지곡면 '돌 그림' 화가
- "이 돌이요. 여기 납작한데, 이렇게 서 있어서 세워져 있어서 그리기가 좋을 것 같아요. 뭐든지 다 잘 그려질 것 같아요."

집으로 돌을 가져온 뒤
그 옆으로 물감과 붓을 준비합니다.
돌에 조심스레 색을 입혀봅니다.
한복을 입은 아이들부터
엄마와 딸의 정겨운 모습,
다채로운 꽃들과 새들의 모습까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연구도 해가며
그 작품을 돌에 옮겨 그려본 것들입니다.

▶ 인터뷰 : 정소혜 / 함양군 지곡면 '돌 그림' 화가
- "알 수 없는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엄청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고..."

이렇게 그의 손길을 거쳐
지난 1년 동안 돌에 그려진 작품은
무려 400점이 넘습니다.
집 곳곳이 돌 그림으로 가득해
전시장이 됐습니다.
이젠 자신의 지난 삶들도
돌 위에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편과 제주도에서
함께 했던 순간을 그린 그림을 제일 아낍니다.

▶ 인터뷰 : 정소혜 / 함양군 지곡면 '돌 그림' 화가
- "제주도에 가서 찍은 사진을 그려 봤죠. 명작을 그리다가 제 것을 그리려 하니까 좀 엄청 서툴죠. 제가 나이 80에"
▶ 인터뷰 : 정소혜 / 함양군 지곡면 '돌 그림' 화가
- "창작이 됩니까... 알던 것도 잊어버리게 생겼는데... "

자신의 주변 삶을
때론 자연 속에서 겸손하게 살펴보는 어르신은
이젠 동네 홍매화를 보고도
곧장 붓을 잡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여행도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자신을 돌 그림 세계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정소혜 / 함양군 지곡면 '돌 그림' 화가
- "코로나 때문에 모두 다들 너무 힘드시고 그런데, 저는 코로나가 저한테는 상당한 기회를 준 것 같아요. 어떤 면으로는..."

허리가 좋지 않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허리 아픔도 잊는다는 어르신.
앞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하나라도 더 좋은 작품을 그리는 것이
늦깎이 정소혜 화가가
함양에서 꾸는 꿈입니다.

SCS 시민기자 이동준입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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